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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유산/환우이야기.보호자 가이드

갓난아기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by Salndehuman의 The humanstory 2026.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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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하지만 기쁜 퇴원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두 다리로 걸어 나온 것이 아니라,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때는

안양천을 걷고,

한강을 걷고,

서울의 궁궐을 걸어 다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침대에서 몸을 돌리는 것조차

힘겨운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원래 걷던 사람인데..."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몸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다리는 나를 지탱하지 못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걷지 못하면

기어가면 된다는 것을.

일어나지 못하면

앉는 것부터 하면 된다는 것을.

앉지 못하면

몸을 뒤집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그날부터

나는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갓난아기가

세상에 나와 처음 배우는 것들을,

예순을 바라보는나이에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개 들기.

몸 뒤집기.

배밀이.

무릎 굽히기.

네발로 기어가기.

앉기.

손뼉 치기.

고개 돌리기.

그리고

국민체조 음악에 맞춰

하루 세 번 몸을 움직이는 일.

남들은 당연하게 하는 일들이

내게는 기적이었습니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죽음의 방향으로 향하던 몸을

다시 생명의 방향으로 돌려놓고 있었습니다.

 

 

나는 몰랐습니다.

그 작은 손뼉 한 번이,

그 작은 몸부림 한 번이,

훗날 봉성산을 오르게 하고,

섬진강을 걷게 하고,

다시 춤추게 만들 줄은.

그리고

그때는 더더욱 몰랐습니다.

침대 위에서 시작된 이 재활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이야기가 될 줄은.

"사람은 몇 살까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예순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갓난아기처럼 다시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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