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짧은 한마디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날 병원 복도를 걸어 나오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하늘은 평소와 다름없이 맑았는데,
내 마음은 캄캄한 밤처럼 어두웠습니다.

그때 내 나이는 마흔 즈음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가족을 돌봐야 했고,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이
내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설마 내가?"
"검사가 잘못된 건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부정하고 또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몸은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움직임은 느려졌고,
표정은 굳어갔고,
마음은 점점 세상과 멀어져 갔습니다.
무엇보다 무서웠던 것은
병 자체보다
미래였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나빠질지,
언제까지 걸을 수 있을지,
가족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지,
온갖 두려움이 밤마다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누구에게나 인생의 겨울은 찾아온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난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이별로,
어떤 사람에게는 질병으로.
내게는 그것이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것뿐인지도 모른다고.
물론 깨달음이 찾아왔다고
곧바로 강해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울었고,
여전히 두려웠고,
여전히 넘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병과 싸우기보다
병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절망하기보다
내 몸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파킨슨병은
내 삶에서 가장 큰 시련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많이 변화시킨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가운데
막 진단을 받은 분이 계시다면
이 말 한마디를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두렵겠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분명 다시 웃는 날이 찾아옵니다.
저도 그 길을 걸어왔으니까요.
오늘의 한 줄
인생이 끝난 줄 알았던 그날은,
어쩌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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